‘데얀 저격’에 마침내 입연 황선홍 감독 “대꾸할 가치도 없어”
어느덧 지도자 생활 20년을 넘긴 대전 황선홍 감독의 표정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특히 지난 2024년 한 해 23세 이하 대표팀, 축구대표팀, 대전까지 무려 세 팀을 이끌며 산전수전, 희로애락을 몸소 겪은 황선홍 감독에겐 초연함마저 느껴졌다.
아시안 게임 성공, 올림픽 진출 실패, 대전의 잔류 성공까지. 마치 10년 같이 느껴진 지난 1년 반의 세월은 황선홍 감독 지도자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이 기간 황 감독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전술, 전략이 아닌 '리더십'이었다. 카리스마를 앞세웠던 이전과는 달리 50대 후반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황 감독은 어느덧 아들뻘이 된 선수들과 오히려 격의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어린 선수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한 결과,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운 것이다.
"저를 강한 이미지로 많이 오해하는 것 같은데, 저는 사실 매우 부드러운 사람이에요 하하. 주위에서는 지도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하는데, 축구를 더 잘하고 싶으니까 의견 수렴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선수들의 의견을 많이 취합해서 최대한 좋은 안을 도출하려고 하죠. 젊은 선수들이랑 소통하면서 점점 성격이 유연하게 변한 건 사실이에요."
실제로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독일에서 대전으로 팀을 옮긴 박규현은 아시안게임 이후 황선홍 감독과 수시로 농담 섞인 메시지를 편하게 주고받으며 신뢰 관계를 유지했고, 결국 황 감독의 품에 안겼다. 바카라사이트
한때 '황선대원군'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을 만큼, 외국인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황선홍 감독은 국적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판단한 적은 절대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감독이나 코치나 선수 포함해서 구성원 모두가 팀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저의 원칙이 있어요.
그 원칙을 벗어나면 외국인이든 국내 선수든 또 나이가 적든 많든 저는 배제를 해요. 이 원칙에 준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국적이나 나이 등 개인적인 성향으로 판단한 적은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황선대원군'의 이미지를 더욱 굳어지게 만든 건, 바로 FC서울 감독 시절부터 이어진 데얀과의 불화설이 큰 영향을 미쳤다.
데얀은 FC서울을 떠난 이후부터 은퇴한 지금까지 꾸준히 "선수단 관리에 문제가 많았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을 공개 저격하곤 했다.
데얀의 이 같은 공개 비판에 대해서 황선홍 감독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발언이라며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대꾸를 해야될까요? 대꾸할 가치조차 없고요. 본인이 본인의 뒤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점을 외부에서 찾기보단 자기 안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본인이 더 잘 알 거고, 다른 이야기는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감독이기 때문에 제가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욕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남 핑계를 대거나 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새 시즌 대전을 우승 다툼을 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시키겠다는 황선홍 감독은 여전히 축구가 좋고, 또 축구를 잘하고 싶다며 지도자를 최대한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능력이 안 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정말 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정말 행복하고 이 일을 하는 동안이라도 정말 잘 해보려고 해요. 그렇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이제 포옛 감독도 왔고, 또 굉장히 뜨거운 이정효 감독과의 경쟁도 기대가 됩니다. 이러한 무대에서 같이 싸움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고 기대가 됩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마무리한 황선홍 감독은 1월 1일 새해가 밝자마자 대전을 이끌고 태국 전지훈련을 떠난 2025년 황새의 비상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